그때의 기다림으로

마음 챙김|2022. 2. 8. 06:1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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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때의 기다림으로

 

안경이 깨졌다

초점 잃은 시야, 비로소 보이는 망막의 저편

안경은 슬픔을 가리기 좋은 도수를 가졌다

 

세상은 테 안에 있고 나는 테 밖을 서성인다

눈감으면 느티나무 아래 웅크린, 어린 내가

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오른다

 

입학 전에는 돌아올게

 

나뭇가지에 걸린 엄마의 약속은

바람 불 때마다 떨어져 나갔다

 

겨울 햇살은 빈방보다 따스했고

눈발은 떡 부스러기처럼 흩날렸다

한 뼘이나 자란 나무에 어미 새가 날아오고

친구들 집에는 저녁 연기가 피어올랐다

 

내일이 입학식인데 오지 않는 엄마,

골목 끝에 고정된 시선은 젖어 있었다

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가슴이 철렁해질 때

노을은 저녁만 두고 가버렸다

 

비눗방울 속에 갇힌 나를 터트려준 건 눈물이었다

다른 것으로는 채울 수 없는 엄마의 체온

수정체는 텅 빈 가슴을 무지개로 굴절시켜 주었다

 

이제 엄마가 된 나는 그때의 기다림으로

아이들을 위해 저녁을 짓는다

 

- 권여원 -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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